캐니언 + DT ARC1100 조합 라쳇슬립 이슈, 리콜 문의까지 진행한 실제 후기
라이딩 중 페달을 밟으면 갑자기 스프라켓이 헛돌아버리는 현상, DT Swiss ARC1100을 쓰는 라이더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저 역시 캐니언 얼티밋에 장착된 ARC1100 EXP 허브에서 똑같은 문제가 1년에 2~3번 간혈적으로 발생했고 이번에는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려워 캐니언 본사 측에 현재 공식 문의까지 넣어둔 상태입니다.
과거 케이덱스 사용 시에도 비슷한 라쳇슬립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동일 패턴이 반복된 걸 보면 단순 우연이라기보다 구조적인 특성이 명확히 드러난 케이스라 판단했습니다.
아직 제조사 측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어 최종 조치가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같은 휠셋 조합을 쓰는 분들은 초기 증상이 감지되기 전에 미리 구조와 원인을 이해해두면 도움될 것 같아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디티스위스 스타라쳇 허브 정비법과 허브 종류 비교 - DT SWISS
자전거를 타다 보면 소리로 느낄 수 있는 변화들이 있어요. 특히 라쳇 소리가 유독 커졌다는 느낌이 들면, 많은 분들이 “이거 정비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죠. 저도 같은 경험을 했고, 덕분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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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특징적인 점은 이 슬립 증상이 평소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특정 조건이 겹쳤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페달링을 쉬었다가 다시 밟는 순간, 체인을 걸어두고 살짝 텐션을 풀었다가 다시 토크가 걸리는 타이밍, 또는 뒷바퀴가 완전히 프리 상태에서 재구동되는 상황 등 아주 짧은 찰나에 라쳇이 제자리로 복귀하지 못하면 그대로 헛도는 느낌이 발생합니다.
EXP 허브의 구조상 스프링 하나에 모든 복귀 장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평소엔 문제 없이 굴러가다가도 이 미세한 순간에 스프링이 제자리에서 밀려 있거나 눌려 있으면 라쳇이 맞물리지 못하고 그대로 슬립이 터지는 겁니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터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이미 스프링 장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가 누적돼 있었다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저 역시 평소 주행 중에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딱 끊기듯 터졌고, 한 번 이런 상황이 왔다면 사실상 동일 조건이 반복될 때마다 또다시 슬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스타라쳇 구조였다면 두 개의 스프링이 서로 보완해줬겠지만, EXP는 한쪽 라쳇이 아예 고정이라 “안 돌아가는 순간 = 아예 맞물릴 여지가 없는 순간”으로 직결되는데요 이 차이가 바로 체감 난이도이자 EXP 구조의 장점과 약점이 동시에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P 허브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왜 이런 현상이 특정 순간에만 갑자기 발생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기존 스타라쳇 방식은 허브 쪽 라쳇과 바디 쪽 라쳇을 각각 스프링이 밀어주는 이중 구조라 어느 한쪽 장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져도 다른 쪽이 이를 보완해 라쳇이 물릴 여지를 남겨둡니다. 그러나 EXP는 허브 방향 라쳇이 고정식이고 바디 쪽 라쳇만 단일 스프링으로 복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 개의 스프링이 전체 작동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 스프링이 제 위치에서 눌려 있거나 고정홀 밖으로 살짝 벗어난 상태가 되면 라쳇이 복귀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회전하며 헛도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고장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내부 정렬이 무너진 상태가 누적되다가 특정 순간 표면화된 것에 가깝습니다.
더 난감한 점은 이런 이상 징후가 주행 중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운힐에서는 정상처럼 굴러가고 일정한 토크가 걸려 있는 동안에는 문제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다만 페달이 잠시 풀렸다가 다시 토크가 연결되는 그 짧은 타이밍에 라쳇이 제 위치로 즉시 복귀해야 하는데, 이때 스프링 장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라쳇이 여전히 떠 있는 상태로 남아 이빨이 맞물리기 전에 페달만 돌아가버립니다. 이 미묘한 ‘공백 구간’이 EXP 허브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자가수리는 어디까지나 임시 복구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스프링을 꺼내 가볍게 늘려준다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재장착하면 당장은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스프링이 눌려 변형됐거나 안착면이 손상된 상태라면 정확한 장력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EXP는 구조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 공차가 좁게 설계되어 있어 아주 미세한 틀어짐만으로도 동일 증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방식의 케이덱스, 로발, 신형 SLR1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스프링 및 라쳇 개선품 적용 여부를 제조사 경로를 통해 점검받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번에는 단순 정비보다 구조적 문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캐니언 본사 측에 공식 문의를 넣어둔 상태입니다. 동일 증상이 두 차례 반복된 만큼 제조사의 판단과 대응 방식을 확인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답변이 오면 어떤 방식으로 조치가 이뤄지는지 추가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느낀 점은 EXP 허브 자체를 결함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기존 스타라쳇에 비해 정비와 조립 편차에 훨씬 민감한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단일 스프링 구조 덕분에 경량화와 반응성은 얻었지만, 그만큼 안정성을 보완해주던 여유 장력도 함께 사라진 셈입니다. 제대로 안착됐을 때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아주 미세한 오차만으로도 타격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히 이 슬립 현상은 일단 한 번 체감하게 되면 단순 불편을 넘어 신뢰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평지에서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교차로나 차량 흐름 속에서 갑자기 페달이 헛돌면 안전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EXP 허브는 일반 정비 이슈라기보다는 ‘작동 신뢰성 관리’에 가까운 영역이라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ARC1100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본사 측 답변이 오면 개선 스프링 적용 여부 또는 무상 조치 가능성 등을 정리해 공유할 계획입니다. EXP 허브를 사용 중이거나 간헐적으로 미세 슬립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은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스프링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사전에 이런 구조적 특성을 알고 계시기만 해도 대응 속도와 판단이 훨씬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