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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광장' 리뷰 – 피로 쓰인 느와르의 자취 복수는 남았지만 감정은 사라졌다

잡가이버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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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넷플릭스 시청후기 원작을 봤다면 비추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광장’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강렬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 작품이다. ‘역대급 느와르 웹툰’이라는 원작의 명성과 소지섭, 허준호, 공명, 이범수, 조한철, 추영우, 안길강 등 출연 배우진의 면면만 봐도 이 작품은 ‘탄탄한 액션, 밀도 높은 서사, 캐릭터 간 팽팽한 긴장감’을 예고했다.

그런데도 다 보고 난 후 마음속에 남는 건 묵직한 만족이 아닌, 복수의 피바다 속에 잃어버린 감정의 공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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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세계관은 크게 두 조직, 주운봉산, 그리고 그 중심에 섰던 남기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11년 전, 기준은 조폭 세계를 뒤흔들며 양대 조직의 균형을 잡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은퇴를 선언, 조직을 떠났다.

이후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던 세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기준의 동생이자 주운의 2인자였던 남기석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부터다. 형제로서, 그리고 책임감으로서 기준은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다시 광장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설정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복수극이다. ‘자신의 피붙이를 죽인 이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라는 내러티브는 언제나 관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서사를 어떻게 쌓아가느냐다.

광장은 초반부터 강렬한 폭력성과 빠른 전개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으려 한다. 과장된 액션, 피 튀기는 장면, 무자비한 처단. 분명 시각적 자극은 있지만 정작 인물 간의 감정선은 빈약하다. 기준의 복수는 설정적으로만 존재하고, 시청자는 그 복수에 왜 감정이입해야 하는지 명확한 동기를 느끼기 어렵다.

소지섭의 복귀작으로서의 ‘광장*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존 윅’ 스타일의 원맨 액션을 펼친다.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칼과 주먹 하나로 상대 조직을 쓸어버리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육체적으로는 누구보다 처절한 전투를 펼치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감정의 밀도는 부족하다.

무조건 죽인다”라는 복수의 목적만 남은 상태에서 그의 캐릭터는 점차 단조로워진다. 왜 그토록 절박한가, 왜 그토록 피로 뒤덮인 세계를 다시 찾았는가, 감정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니 결국 캐릭터는 폭력의 도구가 되고 만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기준의 복수극 외에도 ‘광장’은 수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는 클리셰의 경계를 넘지 못한 채 존재감 없이 소모된다.

야망을 가진 2세, 무책임한 보스, 비리를 저지르는 경찰, 조직을 잇기 위한 부자 간의 갈등 등, 이미 우리가 수십 번 보아온 전형적인 조폭 드라마의 캐릭터 구성이 반복된다.

캐릭터 간의 역학 구도나 개성 있는 갈등 전개도 아쉬운 부분이다. 공명이 맡은 역할은 캐스팅 자체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몰입감을 떨어뜨렸고, 추영우 역시 무게감 있는 감정 연기를 소화하기보다는 ‘누군가를 흉내낸 듯한’ 어설픈 연출로 남는다.

감독과 제작진은 원작 웹툰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실사화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원작의 힘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본질은 잃어버렸고, 액션 장르에서 자주 보던 플롯을 반복하면서 ‘광장’만의 정체성은 흐릿해졌다.

'왜 굳이 이 제목이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남는다. ‘광장’이라는 명칭에서 기대했던 건, 개인과 사회, 권력과 정의가 충돌하는 복잡한 내면 세계였지만, 정작 드라마는 단순히 총과 칼이 오가는 조폭물의 연장선이었다.

연출 면에서도 아쉬움은 크다. 중반 이후로는 타이트한 긴장감보다는 지루한 반복이 이어지며, 서사는 중심축을 잃고 흔들린다. 특히 5화 이후는 극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며, 복수극의 피날레로 향하기보다는 분산되고 늘어진 전개로 빠져든다. ‘광장’은 7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떨어지는 회차가 중후반에 몰려 있다는 건 큰 리스크다.

캐릭터의 디테일, 감정선의 설계, 서사의 촘촘함. 이 모든 요소가 제대로 쌓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느와르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광장’은 너무 익숙한 스타일을 따라가면서도 그 안에 특별함을 심지 못했다. 차라리 ‘한국형 존 윅’이라 선언하고, 복수극 그 자체로서의 쾌감에 집중했더라면 오히려 더 솔직하고 명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전혀 볼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소지섭의 강렬한 존재감은 분명한 인상으로 남고, 차승원의 음험한 배역 소화, 이범수의 오랜만의 강렬한 연기는 일부 회차에서 시선을 붙잡는다. 또한 시각적 연출, 조명과 색감, 카메라 워킹은 넷플릭스답게 수준급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은 결국 드라마의 핵심 서사와 캐릭터 서술이 부실하다는 사실 앞에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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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 복수는 완성되었지만, 감정은 미완이었다

7부작의 짧은 호흡으로 압축된 <광장>의 결말은 남기준(소지섭)의 복수 완성이라는 구조로 끝난다.

동생 기석의 죽음 뒤에 있는 진짜 배후가 밝혀지고, 기준은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그들과 맞서 싸운다. 결국, 광장의 두 조직, 주운과 봉산의 암투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있던 인물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기준은 복수에 성공하지만 자신 역시 피로 물든 세계에 깊게 잠식된다.

형식적으로는 복수가 완결되었고, 광장을 지배하던 어둠은 어느 정도 청산된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결말이 감정적으로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작다. 기준이 정말로 동생을 사랑했는가, 혹은 복수 이상의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에 대한 질문은 끝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듯한 흐름은, 결국 이 모든 여정이 피의 강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허무함만 남긴다.

감상 후기 – 원작의 그 서늘한 밀도가 사라진 자리

개인적으로 <광장>의 가장 큰 아쉬움은 ‘원작의 밀도를 이해하지 못한 각색’에 있다.

웹툰은 느와르의 틀 안에서 복수, 권력, 인간 본성에 대한 치밀한 질문을 던졌고, 인물 각각이 살아 숨 쉬는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세계관의 외형만을 가져오고, 내면은 비워놓은 채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액션에만 집중했다.

중반까지는 “그래도 액션은 볼 만하다”는 위안이 있었지만, 5화를 기점으로 서사는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캐릭터 간 관계도 명확하지 않고, 전개는 급작스럽게 휘몰아치며, 인물들이 감정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채 행동하기 시작한다. 특히 중요한 회차에서의 감정선이 생략되다시피 다뤄지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기 어려운 장벽이 생긴다.

연기 측면에서도 소지섭은 육체적인 연기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내면의 깊이나 캐릭터의 고뇌를 섬세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공명, 추영우, 이범수 등도 각자 맡은 역할의 틀 안에 머물렀을 뿐, 그 이상의 매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차승원조차도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음험한 브로커의 이미지를 반복하며, 새로움보다는 익숙함만을 남긴다.

‘광장’이라는 제목의 무게를 감당했는가?

무엇보다도 ‘광장’이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 무겁다. 최인훈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이 단어는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적 은유로도, 자유와 공동체를 향한 이상으로도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광장’은 단지 조폭들의 혈투가 벌어지는 공간에 불과하다. 아무런 철학도, 주제 의식도 전달되지 않는 이 구조 속에서 제목과 실제 내용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따로 논다.

만약 제목이 <복수>, <남기준>, <피의 계약> 같은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광장'이라는 이름을 택했다면, 단순한 액션 이상의 무게를 짊어졌어야 했다. 그 무게를 끝내 견디지 못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광장>은 제목에서부터 스스로를 무너뜨린 셈이다.

최종 총평

<광장>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이 비어 있는 드라마다. 잔혹하고 직선적인 액션, 화려한 배우진, 시각적 연출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서사의 구조, 감정선의 설계, 캐릭터의 설득력은 현저히 부족하다. 원작을 아는 시청자에게는 실망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복수극 이상의 무언가는 주지 못한다. ‘광장’이라는 공간은 존재했지만, 그 안에 사람의 이야기는 끝내 비어 있었다.

별점: 5점 만점에 2.5점 (★★☆)

추천 대상
– 소지섭의 액션 연기를 좋아하는 팬
– 화끈하고 잔혹한 액션 장면을 선호하는 시청자
– 복잡한 서사보다 직선적인 복수극을 원하는 사람

비추천 대상
– 원작 웹툰의 밀도 있는 서사와 캐릭터 감정을 기대하는 시청자
– 느와르 장르의 새로운 해석이나 철학적 깊이를 찾는 관객
– 이야기의 개연성과 감정선의 설계를 중요시하는 드라마 팬

덧붙이는 생각

넷플릭스는 다양한 K-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양적 확장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기는 진정성과 서사의 완성도다.

‘광장’은 좋은 배우, 좋은 원작, 괜찮은 제작 환경을 갖췄지만, 정작 이야기의 ‘맥’을 놓친 채 흐릿한 피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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