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파도 반한 마곡 비건 맛집 공간녹음 분위기·음식·공연까지 퍼펙트
저번 주말 저녁,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평일에는 서로 바쁘게 스쳐지나가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오랜만에 아내와 조용히 마주 앉아 대화도 나누고, 음악도 듣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즐기고 싶었다.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나니 마침 저녁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고, 며칠 전부터 눈여겨봐두었던 마곡의 비건식당 ‘공간녹음’으로 향했다.
공간녹음은 마곡역과 발산역 중간 즈음,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센트럴타워 1차 건물 4층에 자리해 있었다. 입구는 짙은 파란색 문으로 되어 있었고,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소음이 뚝 끊기며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 펼쳐졌다. 첫인상부터 좋았다.
환한 조명이 테라스를 감싸고 있었고, 오픈 키친에서는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건 내부보다도 계단 아래로 연결된 또 하나의 공간이었다. 아내와 함께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보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아지트 같은 지하 홀이 펼쳐졌고, 조명은 부드럽고 은은했으며 음악 소리도 공간의 크기에 맞춰 절묘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벽면엔 와인병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어떤 벽은 열면 안쪽에 룸 형태의 비밀 공간이 드러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에는 포근한 느낌의 식기들이 세팅되었고, 메뉴판을 받아들자마자 우리는 바로 김리조또와 공간녹음 파스타를 주문했다.
칵테일 메뉴도 눈길을 끌었고, 그래서 갓파더 한 잔을 주문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즐겁게 식사 중이던 손님이 비건 탕수육을 정말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그 메뉴까지 추가했다.
가장 먼저 나온 건 김리조또였다. 접시에 담겨나온 모습이 마치 수묵화처럼 고요하면서도 정갈했다.
구운 새송이버섯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밥은 짙은 김소스 위에 고슬고슬하게 올려져 있었다.
한입 먹어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들기름과 참기름 향에 놀랐다. 그 기름 향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깔끔했다. 김소스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있었고, 새송이버섯의 식감은 바삭함보다는 살짝 눌러 튀긴 듯한 쫄깃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 조합이 정말 이상적이었다. 아내는 한입 먹고 “이건 진짜 집에서도 흉내 못 내겠다”고 말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곧이어 공간녹음 파스타가 나왔다. 메뉴 설명에는 알리오 올리오를 비건 스타일로 재해석한 요리라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단순한 마늘 파스타가 아니었다.
마늘향은 은은했고, 파스타면은 평소보다 조금 더 넓고 납작한 타입으로 쫄깃한 식감이 강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기름의 양이나 간이 너무 세지 않아서, 입안에 오래 남지 않고 산뜻하게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처음 몇 젓가락은 마늘과 허브의 향을 느끼며 먹었고, 뒤이어 서서히 입안에 퍼지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잘 만든 파스타였다. 채식이라 맛이 심심할 거라는 편견이 한입 한입마다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진짜 감탄은 탕수육에서 터졌다. 사실 기대가 거의 없었다.
'비건 탕수육이 무슨 맛이 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들어 소스에 묻혀 입에 넣는 순간, 이건 진짜였다. 겉은 놀라울 만큼 바삭했고, 속은 말랑말랑하면서도 결이 살아있었다. 마치 고기를 먹는 듯한 식감인데도 느끼함은 전혀 없고, 채소의 담백함이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아삭한 양상추와 달큰한 소스를 함께 먹으니, 이게 진짜 고기보다 맛있는 탕수육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먹 스타일인데도 튀김이 눅눅하지 않았고, 바삭함이 마지막까지 유지된다는 게 놀라웠다. 땅콩이 송송 뿌려져 있어 씹을 때 고소함까지 더해졌고, 단짠의 균형도 완벽했다.
식사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무대에서 조명이 은은하게 바뀌며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건 ‘애즈모드’라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생전 처음 보는 아티스트였지만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분위기를 휘어잡는 힘이 느껴졌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손님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는 퍼포먼스는 색달랐다.
우리 테이블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내와 나를 향해 익숙한 팝송 한 곡을 불러주었는데, 눈을 마주치며 노래해주는 그 순간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다. 식당이 공연장처럼 느껴졌고, 공연장이 다시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다가왔다.
라이브의 마지막 곡은 애즈모드 본인의 자작곡 ‘산문책’이었다. 가사가 예쁘게 와닿았고, 그 멜로디와 목소리가 식사 마지막까지 여운처럼 남았다. 음식을 다 먹고도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을 만큼,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간녹음은 단순히 비건 식당 그 이상이었다. 비건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이 전혀 경직되지 않고 오히려 더 자유롭고 섬세한 요리로 표현되고 있었다.
육식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맛이 있었고, 비건인 아내는 말할 것도 없이 만족도가 높았다. 음악과 분위기, 음식과 술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도, 소중한 친구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눠도, 혹은 혼자 와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장소였다.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이곳의 라이브 공연을 다시 한번 즐기고 싶다. 그렇게 다시 그날 밤처럼, 입과 귀가 모두 충만해지는 저녁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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