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회사 공지사항이나 행사 취소 안내, 기업의 공식 사과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두고 "사과하는데 왜 심심하다는 거야?", "심심하면 재미있는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한동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심심하다'는 지루하거나 할 일이 없다는 뜻이니까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심한 사과의 '심심'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한자어입니다.
저도 이런 표현을 보면 단순히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 한자를 함께 알아두는 편이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특히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메일이나 안내문에서 금일, 명일, 익일, 양해, 유감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심심한 사과 뜻, 지루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먼저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심심한 사과는 마음속 깊이, 매우 간절하게 잘못을 사과한다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에서도 '심심하다(甚深하다)'를 마음이나 감정의 표현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아주 간절하다는 의미로 설명합니다.
심심한 사과의 정확한 의미
심심(甚深) : 마음이나 감정의 표현이 매우 깊고 간절함
사과(謝過) :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
심심한 사과 : 매우 깊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과함
그러니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는 상대방에게 지루한 사과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전달하는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웹툰으로 보는 심심한 사과 오해 사례
말로만 설명하면 조금 딱딱하니 웹툰처럼 간단한 상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송이 지연되어 다음과 같은 공지사항이 올라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배송 지연 안내
택배 물량 증가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기서 '심심한'을 평소의 의미로 읽으면 사과문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뜻을 알면 굉장히 정중한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표현이 정중하다고 해서 사과의 진정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기업의 사과문이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재발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까지 설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심심한 사과 한자 뜻과 비슷한 표현
이 말이 헷갈리는 이유는 같은 발음으로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심심하다'는 무료하거나 지루한 상태를 나타내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위로에 사용하는 '심심하다'는 한자 甚深에서 온 말입니다.

심심(甚深)과 사과(謝過)의 한자 풀이
| 한자 | 훈음 | 의미 |
|---|---|---|
| 甚 | 심할 심 | 매우, 심하다 |
| 深 | 깊을 심 | 깊다 |
| 謝 | 사과할 사 | 사과하다, 사례하다 |
| 過 | 허물 과 | 잘못, 허물 |
이처럼 한자를 나누어 보면 어렵게 느껴졌던 문장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심심한'이라는 표현은 사과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의미로 다음과 같이 활용합니다.
- 심심한 감사 :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전함
- 심심한 위로 : 깊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로함
- 심심한 애도 : 고인의 죽음을 깊이 슬퍼함
- 심심한 유감 : 어떤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나타냄
- 심심한 경의 : 상대방을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심심한 유감'과 '심심한 사과'는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감은 안타깝거나 섭섭한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므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과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조의, 부의, 근조, 애도 역시 한자를 알면 구별하기 편합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글에서 더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장례식 부의금 봉투 문구부터 이름·회사명 위치까지 헷갈림 없이 정리
금일·사흘·작일 등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심심한 사과'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뜻을 잘못 이해하기 쉬운 단어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회사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공지사항, 일정 안내, 경조사 문구에서 이런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1. 금일·명일·작일·익일 차이
회사 업무 메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표현이 금일, 명일, 작일, 익일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기준이 되는 날짜가 다릅니다.
| 단어 | 뜻 | 사용 예시 |
|---|---|---|
| 금일(今日) | 오늘 | 금일 오후 3시 회의 |
| 명일(明日) | 내일 | 명일 오전까지 제출 |
| 작일(昨日) | 어제 | 작일 접수된 문의 |
| 익일(翌日) | 기준일의 다음 날 | 입금일 익일 발송 |
예를 들어 "금일 중으로 보내주세요"는 금요일까지 보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늘 안으로 보내달라는 뜻입니다.
또한 '명일'과 '익일'도 구별해야 합니다. 명일은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내일을 뜻하지만 익일은 계약일, 결제일, 발송일처럼 특정 기준일의 다음 날을 의미합니다.
2. 사흘·나흘·닷새·글피는 며칠일까?
날짜를 나타내는 우리말 중에는 사흘과 나흘도 자주 헷갈립니다.
특히 '사흘'이라는 단어에 숫자 4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3일을 의미합니다.
| 우리말 | 기간 | 사용 예시 |
|---|---|---|
| 하루 | 1일 | 하루 쉬다 |
| 이틀 | 2일 | 이틀 동안 여행 |
| 사흘 | 3일 | 사흘 동안 휴가 |
| 나흘 | 4일 | 나흘 동안 휴무 |
| 닷새 | 5일 | 닷새간 진행 |
| 엿새 | 6일 | 엿새간 머무름 |
| 이레 | 7일 | 이레 동안 계속됨 |
그렇다면 '글피'는 며칠 뒤일까요?
글피는 모레의 다음 날, 즉 오늘을 기준으로 3일 뒤입니다. 사흘은 3일이라는 기간을 의미하는 반면 글피는 특정 날짜를 가리킨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월요일을 기준으로 화요일은 내일, 수요일은 모레, 목요일은 글피입니다.
3. 고지식하다·부의·양해·유감의 의미
날짜 표현 외에도 뜻을 정확하게 알아두면 좋은 단어가 있습니다.
| 단어 | 의미 |
|---|---|
| 고지식하다 | 융통성이 없고 지나치게 원칙이나 규범을 지키려는 성향이 있다. |
| 부의(賻儀) | 상가에 부조로 보내는 돈이나 물품을 뜻한다. |
| 양해(諒解) | 상대방의 사정이나 형편을 잘 헤아려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
| 유감(遺憾) |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안타깝게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
| 중식(中食) | 점심 식사를 뜻한다. 문맥에 따라 중국 음식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
특히 고지식하다는 말을 '정직하고 착하다'는 의미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담을 때도 많습니다.
부의, 조의, 근조처럼 경조사에서 사용하는 표현 역시 의미와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구분하는 편이 좋습니다.
장례식 부조금 및 방문복장 진행절차 및 주의사항 20가지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그렇다면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실제 생활에서 언제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요?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식 사과문, 기관의 안내문, 행사 취소 공지처럼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 적합합니다.
공식 사과문 예시
서비스 장애에 대한 사과문
이번 서비스 장애로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고객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문제를 해결했으며,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점검과 재발 방지 조치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상황과 개선 조치를 함께 설명하면 단순히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보다 사과의 내용이 명확해집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사과할 때
반대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하면 지나치게 격식 있는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처럼 직접적인 표현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즉 어려운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상황, 전달하려는 마음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심한 사과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심심한 사과는 잘못된 표현인가요?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에 등재된 '심심하다(甚深하다)'를 사용한 올바른 표현입니다. 주로 심심한 사과, 심심한 감사, 심심한 위로처럼 격식을 갖춘 문장에서 사용합니다.
Q. 심심한 사과의 '심심'은 순우리말인가요?
사과문에 사용하는 심심은 순우리말이 아니라 甚深이라는 한자어입니다. 무료하고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와는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Q. 심심한 사과와 진심 어린 사과는 같은 뜻인가요?
상대방에게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다만 '심심한 사과'는 상대적으로 격식을 갖춘 문장에 어울리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는 조금 더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입니다.
Q. 심심한 위로와 심심한 애도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심심한 위로는 어려움이나 슬픔을 겪는 사람을 깊이 위로한다는 의미입니다. 심심한 애도는 누군가의 죽음을 깊이 슬퍼하는 마음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Q. 금일은 금요일이고 사흘은 4일 아닌가요?
둘 다 아닙니다. 금일은 오늘이라는 뜻이며 사흘은 3일을 의미합니다. 4일은 나흘이고, 금요일은 일주일 중 금요일을 나타내는 별도의 단어입니다.
Q. 모르는 한자어나 표현은 어디서 검색하나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사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자 표기와 뜻은 물론 발음, 품사, 실제 사용 예문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자를 직접 입력하거나 문서에 복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윈도우에서 한자키를 이용하는 방법과 문서의 맞춤법 설정은 아래 글을 참고하면 편리합니다.
결국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문장은 전혀 이상한 표현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심심하다'와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이런 단어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사람에게 안내하는 공지문이나 안내문이라면 '깊이 사과드립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으로 금일, 명일, 사흘, 심심한 위로 같은 표현을 접하더라도 뜻을 몰라 당황하는 일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참고 자료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심심하다(甚深하다)', '사과하다(謝過하다)'의 뜻과 용례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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